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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폰테크 안전이용 [시간의 전설]투표로 보는 지역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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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이길중 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5-06-2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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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폰테크 안전이용 나는 광주 태생으로 전주에 살고 있다. 가끔 전주 사람이 ‘광주 사람들은 사납고 거칠다’는 소리를 한다. 그쪽에서는 내가 광주 태생이라는 것을 모르고 한 말이다. “나는 광주 사람입니다”라고 하면 상대방이 당혹한다. 다른 지역에서는 순천이나 여수나, 광주나 전주나 다 같은 호남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이처럼 호남 안에서도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나는 1970년대 서울로 올라가 학교도 다니고 직장도 다녔다. 말이 학교, 직장이지 미아리 산동네에서 어렵게 살았다. 그 당시 호남 사람에 대한 인식은 인종차별에 가까웠다. 대기업에서는 호남 사람을 채용하지 않았다. 집에 세입자를 들일 때도 호남 사람을 꺼렸다. 그래서 본적을 서울로 바꾸기도 했다. 주변의 눈총 속에서, 호남 사람은 ‘끝이 안 좋으며 변절자에다 이중인격자, 사기꾼’ 등을 의미했다.
    그때가 박정희 정권 시대로, 정적인 김대중을 의식해 그런 분위기를 극도로 조성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그런 흠이 잡힐까 봐 사람과 잘 사귀지 못하고 거리를 둔다. 또한 건망증이 심한 편인데도 돈거래는 철저히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다.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살 때 돈을 미리 건네는 바람에 가게 주인이 돈을 받지 않았다고 착각해서 신경전을 벌인 적도 여러 번 있다.
    그래도 나는 호남 사람인 것이 자랑스럽다. 또한 광주에 대한 자긍심이 크다. 그것은 광주 사람들의 애환과 긍지와 열정, 분별력 등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 6·3 대선에 호남 지방에서 이재명 대통령 후보에게 85% 안팎의 지지를 보냈다. 어떤 사람들은 ‘저들은 광신도 같다’고 말한다. 우리가 정말 광신도 같은 이유를 당신들은 아는가. 5·18 시민혁명 때 전두환 군사독재는 광주를 봉쇄하고, 수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다. 전두환 독재 수괴는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저세상으로 갔다.
    12·3 내란이 광주 시민 학살 기억을 소환했기에, 윤석열 내란 수괴와 그 공범당 국민의힘에 응징을 한 것이다. ‘우리가 남이가’ 하며 내란당에 몰표를 몰아준 사람들에게 말한다. 호남 사람 중 대통령이 된 사람은 김대중 대통령 한 분뿐이다. 박정희,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대통령 모두가 영남 사람들이다. 이분들이 호남 사람들에게 특별한 혜택을 준 일도 없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발전과 안녕을 위하고, 정의를 위해서 한 표 한 표를 모은 것이다.
    여름의 뙤약볕이 느껴지는 외국 영화 두 편이 연달아 극장가를 찾는다. <28년 후>는 좀비물하면 떠오르는 어두컴컴한 배경이 아닌, 초목이 우거진 광활한 숲에서 펼쳐지는 좀비 생존물이다. <퀴어>는 1950년대 멕시코시티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 한 청년을 향한 중년 게이 작가의 갈망 어린 사랑을 담아낸다. 오싹하거나, 불에 델 듯 뜨거운 여름 색감의 영화들이다.
    19일 개봉한 <28년 후>는 ‘뛰는 좀비’의 시초라 불리는 <28일 후>(2003)·<28주 후>(2007) 시리즈의 후속작이다. 분노 바이러스가 퍼져 영국 전체가 ‘격리 구역’으로 설정된 지 28년 후가 배경이다. 그간 감염되지 않은 인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남았다. 그중 몇몇 생존자들은 썰물 때 드러나는 길로 본토와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밀물 때엔 섬이 되는 ‘홀리 아일랜드’에 방호벽을 세워두고 마을을 이뤘다.
    전기와 통신이 끊긴 마을은 28년간 수렵·채집·농경 위주의 중세 시대로 회귀한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남자아이들은 일정 나이가 되면 본섬으로 ‘출정’을 나가 좀비를 죽이는 연습을 한다. 무기는 직접 나무를 깎아 만든 활과 화살이다. 영화는 12살이 된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가 아빠 제이미(애런 존슨)와 떠나는 첫 좀비 사냥으로 이야기를 연다.
    스파이크가 생애 처음 바다를 건너 다다른 본섬은 사람의 손이 오래 닿지 않아 숲이 울창하다. 문제는 푸릇푸릇한 생명력으로 가득한 숲에 사는 좀비들도 그간 진화를 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스테로이드 작용을 해 몸집과 달리는 속도 남다른 ‘알파’는 1순위 주의 대상이다. <28일 후>의 연출자이기도 한 대니 보일 감독은 지난 18일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가만히 우리를 기다리는 자연의 아름다움, 그리고 그 속에서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위험을 두루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8년 후>는 단편이 아닌 트릴로지(3부작)로 구성된다. 내년 개봉인 2편 말미에는 <28일 후>에서 주인공 짐 역할을 맡은 킬리언 머피가 등장한다. 보일 감독은 “(각본을 맡은) 알렉스 가랜드에 따르면, 1편이 ‘가족의 본질’을 다룬다면 2편은 ‘악의 본질’을 다룬다고 한다. 그리고 3편은 킬리언 머피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115분. 청소년 관람불가.
    오는 20일 개봉하는 <퀴어>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이다. 1950년대 멕시코시티, 미국에서 도망친 뒤 마약과 알코올에 빠져 방탕한 생활을 하던 작가 리(다니엘 크레이그)가 청년 유진(드류 스타키)에게 반하며 생기는 일을 담았다.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티모시 샬라메를 스타덤에 올린 감독의 전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연상된다. 이탈리아와 멕시코로 배경은 다르지만, 따가워 보일 정도로 강렬한 햇살을 배경으로 한다는 것은 유사하다. 구아다니노 감독의 특기인 관능적이고 감각적인 장면 묘사가 이번에도 돋보인다. 하지만 청소년 엘리오의 사랑에선 수줍음과 풋풋함이 느껴졌다면, 중년 리의 사랑은 추해 보일 정도로 부끄럼을 모른다. 성애적 표현의 수위도 훨씬 높다.
    응해주는 것 같다가도, 보란 듯이 여자친구를 눈앞에 데려오는 속 모를 남자 유진에게 리는 안달을 낸다.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 역으로 각인된 다니엘 크레이그의 ‘찌질한 구애’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 “그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다정하게 대해 달라”는 부탁은 사실 무심한 상대에 대한 구걸에 가깝다.
    극은 두 사람이 신비한 식물 ‘야헤’를 찾아 남미 정글로 향하며 로드무비로 전환된다. 미국 비트 세대의 주요 작가인 윌리엄 S. 버로스가 쓴 원작 소설의 전개를 따른 것이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일은 환각 혹은 환상처럼 묘사된다. 두 사람의 몸이 합쳐지는 듯한 장면은 ‘바디 호러물’인가 싶을 정도로 그로테스크하다. 공포물 명가인 미국 배급사 A24가 함께한 영화라는 걸 깨닫게 되는 장면이다. 137분. 청소년 관람불가.
    한국인은 누구나 김소월(1902~1934)의 시 한 구절은 외우고 있다. 어느 집을 가도 소월 시집이 꽂혀 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에 소월 시가 흐르고 있다. 산, 강, 집, 계절, 죽음, 사랑과 이별 속에도 소월이 들어있다. 소월의 시 ‘진달래꽃’이 있어 가슴에 진달래 꽃물이 들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소월의 시는 해설이 필요하지 않다. 그냥 가슴에 담으면 된다. 의미를 부여할수록 시를 훼손한다. 어렵지도 않다. 누구라도 자신만의 촉감으로 시를 만지고 느낄 수 있다. 소월은 ‘시란 이렇게 생겨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물론 소월 이전에도 시인들은 있었다. 최초의 신시는 최남선이 1908년에 잡지 ‘소년’에 발표한 ‘해(海)에게서 소년에게’이다. 전통적인 운율을 깨뜨려 문단에 충격을 주었다. 이어서 문예지들이 속속 창간되었고, 많은 신시들이 발표되었다. 하지만 그 시들은 산문을 분절시켜 시에 대한 개념을 표백시켰을 뿐 국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소월은 하늘이 내린 시인이었다. 스무 살 전후의 시들이 그의 대표작들이다. 그럼에도 문단의 벽은 높았다. 기존 시인들은 소월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홀로 시를 써서 스승 김억(김안서)에게 보여줄 뿐이었다. 소월의 시를 접한 당대의 문사 박종화는 탄복했다. “무색(無色)한 시단에 소월의 시가 있다.” 소월의 시는 어지럽고 마른 시단에 함초롬히 피어난 꽃이었다. 단번에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당시로 말하면 모두 다 외국어식 언어사용에 열중하여 조선말다운 조선말은 사용치 못하던 때에 소월이는 순수한 조선말을 붙들어다가 생명 있는 그대로 자기의 시상(詩想)표현에 사용하였던 것이외다.”(김억)
    소월의 시는 세월이 흘러도 제자리에서 향기를 뿜었다. 시가 노래를 품고 있어 많은 명곡들이 만들어졌다. “제 눈에는 우리네 시간의 강물이 소월의 시에 곡을 붙인 노래들 곡조에 맞춰 흐르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느 모래톱엔 노랫말 영롱한 동요가 있고, 어느 여울엔 의미심장한 가곡이 있으며, 어느 물굽이엔 시적인 비유가 빛나는 노랫말의 가요가 있습니다.”(시인 윤제림) 1920년대에 많은 시인이 출현했지만 그들의 시는 햇살에 바래고 풍화하여 희미해졌다. 김소월만이 한용운과 더불어 우뚝 솟아있을 뿐이다. “배운 바 없는데도 민족의 정서와 가락으로 시를 빚었다. 당할 사람이 없는 서정의 종조이다. 남과 북 모든 국민에게 사랑받는 시인이다. 그의 출현은 기적이고 그가 있음은 축복이다.”(문학평론가 장영우)
    소월의 삶은 치열했지만 불행했다. 김억은 요절한 소월을 추모하는 글에서 몇번이나 ‘불행한 시인’이라며 탄식했다. 절필하고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실패를 거듭했고, 좌절을 견디지 못해 32년의 생을 스스로 마감했다. 당시의 천재들이 그러했듯이 젊은 날에 절창을 쏟아내고는 홀연 세상을 떠났다.
    올해는 시집 <진달래꽃>이 세상에 나온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진달래꽃>은 1925년 12월26일 매문사에서 나왔다. ‘산유화’ ‘못잊어’ ‘먼 후일’ ‘초혼’ ‘엄마야 누나야’ ‘부모’ ‘팔벼개 노래’ ‘개여울’ 등 시 127편이 실려 있다. 작가 서해성은 우리네 여윈 모국어의 언덕에 ‘진달래꽃’이 피어있다고 했다. 그래서 소월이 처음 피워낸 꽃은 100년 동안 피어있는 한글 봄꽃이라고 상찬했다. “그날 이후 향기 나는 모국어는 다 ‘진달래꽃’에 빚졌다. 모국어로 쓴 글과 노래는 다 진달래꽃이다. 이 강토가 진달래 강토이다.”
    그럼에도 <진달래꽃> 100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보이지 않는다. ‘K컬처’가 지구촌을 사로잡는 시대에, 시인 수만명을 보유한 ‘시인의 나라’에서 이럴 수는 없다. 내란이 일어나 모든 힘을 소모한 탓인가. 아니면 늘 곁에 있어서, 너무나 친근해서 잊은 것인가. 아직은 늦지 않았다. 12월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라도 <진달래꽃> 100년을 기리는 일에 새 정부가 나서주기 바란다. 물신(物神)만을 좇는 천박한 나라가 아님을 증명해 보이라. 소월의 시혼이 깃든 저수지의 물로 글밭을 가꾼 문학계, 소월의 시로 노래를 만든 음악계, 인세도 없이 소월의 작품을 펴낸 출판계 등이 모두 나서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제대로 된 기념관 하나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 뜰에 진달래꽃이 피어있는 소월의 집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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